메트로이드의 출범 이후, 그리고 할로우 나이트의 대중적 성공 이후에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전보다는 훨씬 큰 인기를 끌게 되었지만, 이후 나오는 수많은 메트로베니아 장르의 가장 본질적인 재미이자 특징은 그 모습을 유지해 왔다.
메트로베니아란 닫혀 있던 루트를 하나씩 열어 가는 장르다.
새로운 스킬을 얻고, 새로운 기믹을 익히고, 때로는 특정 키 아이템을 손에 넣으면서 이전까지 막혀 있던 길을 열어젖히는 것. 플레이어는 그렇게 세계를 조금씩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그 성장의 감각은 대개 더 강해진 공격력, 더 높은 효율, 더 많은 돈처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데미지와 재화, 새로운 액션과 이동기처럼 즉각적으로 체감 가능한 강화는 오랫동안 수많은 게임이 채택해 온 가장 익숙한 보상 체계였다.
그런 메트로베니아의 문법에서 비껴난, 퍼즐과 탐험이 결합된 아주 이질적인 계열이 있다. 스팀의 태그로도 뚜렷하게 명명되지 않지만, 흔히 지식 기반 게임(Knowledge Based Game, KBG) , 혹은 메트로이드브레이니아(Metroidbrainia) 라고 불리는 작품들이다. 이 게임들은 익숙한 공식을 정면으로 따르지 않는다. 플레이어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능력이나 장비가 아니라, 어떤 규칙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Öoo 는 처음엔 복잡하게 꼬여 있는 거대한 미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다음 지역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능력도, 새로운 장비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 폭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다. 폭탄을 머리 위로 올릴 수 있다는 것, 폭탄을 비스듬히 설치해 쌓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것, 황금파리를 폭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것. 이 게임에서 진짜 열쇠는 아이템이 아니라 이해다.
각 챕터의 끝자락에 지역 이동 퍼즐을 배치할 수도 있었겠지만, Öoo 는 그 퍼즐들을 모두 지역의 초반부에 숨겨 둔다. 플레이어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채 끝의 막다른 길까지 밀려가고, 그 끝에는 열쇠도, 새로운 능력도 없이 포탈만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미 본 적 있는 시작점 부근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이 게임은 메트로이드브레이니아로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다. 분명 같은 장소를 보고 있는데도, 한 바퀴를 돌아 지식을 흡수한 뒤의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지나쳤던 것이 갑자기 의미를 띠고,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지형의 배치가 과거의 경험과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것은 단순한 퍼즐 해결의 만족감만이 아니다. 무지했던 나와 이해하게 된 내가 같은 지역 안에서 선명하게 대비되며, 그 간극 자체가 거대한 카타르시스로 변한다. 수치 상승이나 화려한 연출처럼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보상이 당연한 게임들 사이에서, Öoo 는 드물게도 내면의 성장, 다시 말해 플레이어 자신의 이해가 확장되는 감각을 핵심 보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어려운 일을 끝내 완벽하게 해낸다.
그 감각은 마지막에 이르러 잊을 수 없는 형태로 폭발한다. 8챕터를 클리어하고 심장을 부순 뒤, 개발자는 전혀 달라진 장치나 새로 추가된 이벤트 하나 없이 플레이어를 다시 1챕터로 올려보낸다. 손댄 것은 세계가 아니라 오직 플레이어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처음의 공간은 더 이상 처음의 공간이 아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Öoo 의 결말이 오래 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 아니라,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끝내 보지 못했던 것을 마침내 보게 만드는 결말이다.
게임을 많이 해봤을수록, 메트로베니아의 편견에 익숙해져 있을수록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플레이타임은 평균 2시간 내외로 짧지만, 게임의 분량과 남기는 감동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증명할 수 있을까.
결국 메트로베니아란 닫혀 있던 루트를 열어 가는 장르다. 그리고 Öoo가 마지막에 열어 보이는 것은 새로운 지역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의 이해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끝내 보지 못했던 길을, 마침내 볼 수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